자동차산업 위기의 표면적 이유는 실적 부진이다. 무엇보다 사드 보복 여파로 올 상반기 중국 시장에서 현대·기아차 판매가 30~40%나 줄어든 것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. 미국 판매 역시 부진했다. 하지만 근본적 원인은 국내 자동차산업 내부에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. 고비용 저효율 구조, 그리고 이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경직적 노사관계가 위기의 주범이라는 데는 이견이 거의 없다.
한국 완성차 5사의 평균 연봉은 9213만원(2016년)이다. 도요타(7961만원) 폭스바겐(8040만원) 등 경쟁국 업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. 반면 생산성은 바닥이다. 차량 1대 생산에 투입되는 시간(HPV)은 국내 완성차 5사 평균이 26.8시간(2015년)인 데 비해 도요타는 24.1시간, GM은 23.4시간에 불과하다. 노동 유연성은 비교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다. 국내 업체는 해고가 사실상 봉쇄돼 있는 데다 파업 시 대체근로도 쓸 수 없다. 공장 간 물량 조정이나 사업장 내 전환배치까지 노조와 합의해야 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.
이런 열악한 구조로 글로벌 톱5를 유지해왔다는 것 자체가 오히려 기적에 가깝다. 지금 같은 산업구조가 지속되는 한, 빅5 복귀는 불가능할지도 모른다. 노사부터 거듭나야 한다. 회사는 고용을 보장하고 노조는 노동 유연성에 동의하는 등 획기적 변화 없이는 산업 자체가 공멸할 수도 있다. 55년째 무파업을 유지 중인 일본이나 노사가 손잡은 독일, 노동 유연성을 높인 이탈리아 등을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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